나는 영어와 연애를 한다.                  Storybasket.com Telling Cross Culture stories.

 

September 26, 2005

 

이야기꽃마을이란 도서대여점을 용산에서 1년 정도 하면서, 나의 사랑이며 연인(사람이 안닌것에도 연인이란 단어를 사용해도될까? 하지만, 난 이를 고집한다.)인 영어에게로 돌아가기 위해 다시 조용히 칼을 갈았다. 남들은 왜, 도대체 되지도 않는 일을 한다고, 학교다닐때는 그렇게 영어 공부하라고 해도 시덥지 않아 하더니, 왜 난데 없이 나이 삼십이 넘어 이 난리를 치냐고 하지만, 나의 고집은 아무도 못말렸다.

 

물론 뚜렷히 무엇이 되겠다는 의지 보다는 새로운 표현과 새로운 단어를 접했을때의 그 설레이는 심정은, 마치 남몰래 짝사랑하는 이의 뒷모습만으로도 가슴이 콩콩 뛰는 그런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난 정말 영어와 연애를 했으며, 그 영어의 작은 가슴을 알기 위해 이쪽으로 저쪽으로 속내를 떠 보기도 했고, 내가 그의 비밀을 조금씩 알아낼때 마다 가슴이 터질듯한 환희도 느껴 보았다. 때로는 그의 수 많은 비밀이 내가 감당할 수 조차 없을 정도로 넘쳐나면 (영어의 수많은 예외 법칙, 부정사와 동명사, 수동및 능동태…) “넌 왜 이리 나의 마음을 몰라주니?” 하면서 서러워 하기도 했다.

 

영어는 때로는 달콤한 연인으로, 때로는 바람피는 남편처럼 뒷통수 탁탁치기도 했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자신의 신비를 조금씩 노출해 주기에 그래, 조금만 배신해 다오, 그러나 언젠간 너는 나의 심정을 이해하겠지. 그리고 언젠간 나의 이 마음을 다 받아 주겠지. 그리고, 언젠간 넌 나의 품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겠지.” 하면서 오늘도 영어를 내 속에서 다독거려 주고 있다.

 

그 피상적인 영어가 이제는 내 일상의 언어가 되어가고 있으니, 사랑을 쏟아 부은 효과는 조금이나마 보고 있다고 본다. 가끔 한국인들이 내 은행에 들렸다가 내가 미국에 온지 일년밖에 안됐다는 사실에 한번 놀라고, 온지 얼마 안되어서 은행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에 두번 놀라고, 한국에서 은행에 다닌적이 없다는 사실에 세번 놀라고, 내 나이 사십에 미국에서 TESOL로 석사를 받았다는 사실에 네번 놀라고, 나의 사생활에 다섯번 놀란다.(그 사생활은 비밀)

 

그러나 아무리 내가 사랑을 쏟아 부어도 영어는 내 모국어가 아니기에, 매일 뒤통수를 수도 없이 맞고 있지만, 그냥 같이 있기만 해도 좋은 그처럼, 단지 전화로 들려오는 목소리만으로도 가슴이 뿌듯한 그이처럼, 살포구니 손을 잡고 오늘도 그(영어)의 곁에 살짝 기대고 있다.

 

 

 

영어의 선물 바구니

 

 

 

911 평화의 걷기에서 미국 국방부 장관

'럼스필드'와 한컷

나와 럼스필드 장관 사이에 검은옷에 선글라스

수많은 Men in Black 중 한명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 내가 럼스필드와 연애를 한것은 아님)

(위 사진은 위글과 관계없음)

 

Airport Story (공항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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